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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권형필 변호사

후순위 담보권자가 채무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에 유치권을 주장할 경우, 선순위 담보권자가 제기한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의 승소 가능성


판례 해설


유치권은 받아야 하는 채권을 받지 못한 유치권자에게는 매우 유리한 제도이지만, 다른 담보권자, 특히 선순위 담보권자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제도이다. 분명히 담보를 설정할 때에는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부동산 등의 가치만 보고 권리를 설정했는데, 갑자기 유치권자가 나타나서 자신보다 먼저 채권의 만족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치권 제도는 '시간에 앞선 자가 권리에 앞선다'라는 담보물권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유치권 제도를 민법에서 규정하는 유효한 제도로 판단하면서도, 그 유치권이 유효하고 적법하게 성립되었는지, 나아가 유치권자의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는 선순위 담보권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2순위 담보권이 설정되었다. 그런데 2순위 담보권자가 채무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건물을 점유한 후에 유치권을 주장하였다.


이에 선순위 담보권자가 2순위 담보권자를 상대로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는바, 법원은 이미 채무자가 채무 초과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2순위 담보권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작위적으로 유치권을 성립시킨 것으로 보아 이러한 유치권 행사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유치권 행사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유치권은 민법에서 유효하게 인정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복잡한 상황에서 유치권 존재 또는 부존재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서 먼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 판단


우리 법에서 유치권 제도는 무엇보다도 권리자에게 그 목적인 물건을 유치하여 계속 점유할 수 있는 대세적 권능을 인정한다(민법 제320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등 참조). 그리하여 소유권 등에 기하여 목적물을 인도받고자 하는 사람(물건의 점유는 대부분의 경우에 그 사용수익가치를 실현하는 전제가 된다)은 유치권자가 가지는 그 피담보채권을 만족시키는 등으로 유치권이 소멸하지 아니하는 한 그 인도를 받을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그 변제를 강요당하는 셈이 된다. 그와 같이 하여 유치권은 유치권자의 그 채권의 만족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법상 저당권 등의 부동산 담보권은 이른바 비점유담보로서 그 권리자가 목적물을 점유함이 없이 설정되고 유지될 수 있고, 실제로도 저당권자 등이 목적물을 점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어떠한 부동산에 저당권 또는 근저당권과 같이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그 설정 후에 제3자가 그 목적물을 점유함으로써 그 위에 유치권을 취득하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당권 등의 설정 후에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치권자는 그 저당권의 실행절차에서 목적물을 매수한 사람을 포함하여 목적물의 소유자 기타 권리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대세적인 인도거절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유치권은 대부분의 경우에 사실상 최우선순위의 담보권으로서 작용하여, 유치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목적물의 교환가치로부터 일반채권자는 물론 근저당권자 등에 대하여도 그 성립의 선후를 분문하여 우선적으로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치권의 성립 전에 저당권 등 담보를 설정받고 신용을 제공한 사람으로서는 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자신이 애초 예상·계산하였던 것과는 달리 현저히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치권 제도는 "시간에서 앞선 사람은 권리에서도 앞선다"는 일반적 법원칙의 예외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특히 부동산 담보 거래에 일정한 부담을 주는 것을 감수하면서 마련된 것이다.


유치권은 목적물의 소유자와 채권자와의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하는 일정한 객관적 요건(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제91조, 제111조, 제120조, 제147조 등 참조)을 갖춤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이다. 법이 유치권제도를 마련하여 위와 같은 거래상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유치권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그 피담보채권에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그러한 보호가치는 예를 들어 민법 제320조 이하의 민사유치권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점유자의 채권과 그 목적물 사이에 특수한 관계(민법 제320조 제1항의 문언에 의하면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일 것, 즉 이른바 '물건과 채권과의 견련관계'가 있는 것)가 있는 것에서 인정된다. 나아가 상법 제58조에서 정하는 상사유치권은 단지 상인 간의 상행위에 기하여 채권을 가지는 사람이 채무자와의 상행위(그 상행위가 채권 발생의 원인이 된 상행위일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에 기하여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의 보호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이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이른바 견련관계를 요구하는 민사유치권보다 그 인정범위가 현저하게 광범위하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함으로써 앞서 본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이미 빠졌거나 그러한 상태가 임박함으로써 채권자가 원래라면 자기 채권의 충분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이미 채무자 소유의 목적물에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유치권의 성립에 의하여 저당권자 등이 그 채권 만족상의 불이익을 입을 것을 잘 알면서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위와 같이 취약한 재정적 지위에 있는 채무자와의 사이에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키고 그에 기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게 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하였다면, 유치권자가 그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벽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당권자 등은 경매절차 기타 채권실행절차에서 위와 같은 유치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그 부존재의 확인 등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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